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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의 아니 근데]‘지락실’ 멤버들의 좌충우돌 운전 예능 ‘뛰뛰빵빵’을 응원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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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작성일24-06-25 07:01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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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니면 돼’ 이기적 세상에 경고장…‘내가 좀 더 하면 돼’ 보여줘
작년 봄, 기나긴 장롱면허 생활을 청산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초보운전 딱지를 달고 출발하던 순간이나, 오롯이 혼자서 도로에 나가던 날, 처음 고속도로에 진입하던 때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지락이의 뛰뛰빵빵>(tvN, 이하 ‘뛰뛰빵빵’)에서 초보운전자들이 직접 운전을 해서 여행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웠다. 동시에 근거 있는 우려를 했다.
초보운전 시절의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는 ‘가뜩이나 운전이 서툰 운전자를 ‘김여사’라는 멸칭으로 젠더화하며 조롱하는 세상에서 내가 여성 운전자에 대한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면 어떡하지?’였다. <뛰뛰빵빵> 또한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획자와 출연자, 그리고 예고를 접한 시청자까지 분명히 감지했을 것이다. ‘운전이 서툰 여자’라는 존재를 욕하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 초보운전자가 도로에 나가 운전하는 과정을 오롯이 보여주는 것의 위험을. 그럼에도 5월24일 <뛰뛰빵빵>은 첫 방송의 시동을 걸었다. 이 여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을 상기하는 애틋하고도 소담한 로드무비이다.
<뛰뛰빵빵>은 <뿅뿅 지구오락실>(tvN, 이하 ‘지락실’)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이다. 이은지, 미미, 안유진, 이영지가 출연하며 나영석과 김예슬이 연출을 맡았다. 너희끼리 자유롭게 여행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에 이영지는 곧장 면허 딸까?라는 말로 운을 떼고 멤버들이 합세하면서 일은 스노볼을 굴리듯 커진다. 목표는 <뛰뛰빵빵> 촬영 전까지 면허를 따고, 멤버들이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것!
이은지, 안유진, 이영지는 각자 ‘택시 운전사의 딸’ ‘마리오 카트 1위’ ‘필기시험 합격자’라는 강점을 내세우며 ‘면허 결의’를 한다. 이 과정은 나영석 PD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에 지락이들에게 점령당한 에그이즈 커밍이라는 제목의 영상으로 업로드되었다. 유튜브 콘텐츠로 기획되었던 <뛰뛰빵빵>은 채널 십오야에 올라왔던 영상이 뜨거운 반응을 얻자 TV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다. 그래서 <뛰뛰빵빵>은 tvN 방영분과 유튜브 방영분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뛰뛰빵빵>의 다양한 ‘처음’ 중 백미는 역시 초보운전자의 기쁨과 슬픔이다. 안유진과 이영지가 운전면허 취득에 성공했고, 독학으로 1종에 도전 중이었던 이영지는 장렬한 기능시험 ‘10수’를 고백한다. 결국 안유진과 이은지가 번갈아 운전하기로 하면서 <뛰뛰빵빵>은 시작된다. 첫날 운전기사는 독학으로 면허를 딴 안유진. 이 지점에서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학원도 안 다녔다면 주행 시간이나 운전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괜찮을까?
안유진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목적지인 가평까지 사전답사를 다녀오는 성실함으로 이러한 불안과 우려를 사전봉쇄했다. 처음 시동을 건 <뛰뛰빵빵>은 시범 삼아 맥도날드 드라이빙 스루에 도전하고, 가평으로 떠난다.
<뛰뛰빵빵>의 초보운전을 둘러싼 세상은 오지랖을 섞은 염려와 다정으로 표현된다. 안유진이 촬영팀으로 오해한 행인은 주춤거리며 골목으로 진입하는 차에 손짓하고, 좁은 코스를 돌거나 주차할 때는 여럿이 달라붙어 방향을 지시한다. 고속도로 통행권을 뽑을 때 차폭을 고려하지 못해 멀찍이 차를 대고 말았을 때는 안유진이 길쭉한 팔을 이용해서 위기를 돌파한다. 차에 함께 탄 멤버들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집중해야 할 구간에선 음악을 끄거나 인스타 팔로워 구매 침묵을 지킨다. 이은지는 운전대를 잡으면 코미디언의 본능도 잊은 채 입을 꾹 다문다. 애착인형처럼 제작진을 태우고 다니면서 운전하기 편한 신발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초보운전자는 주변의 응원과, 앞차와 뒤차(<뛰뛰빵빵>에서는 안전을 위해 배치된 촬영용 차량이지만, 초보운전자에게는 생면부지의 선배처럼 냅다 따르고 싶어지는)에 의지하며 차근차근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
여성 운전자를 ‘김여사’로 조롱하는 세상, 편견 확대 재생산은 ‘기우’였다면허 따고 핸들 잡고 떠나는 3박4일 힐링여행 통해 다양한 ‘처음’을 선사블랙박스로 목격한 ‘운전 빌런’이 아닌 초보에 대한 배려와 여유에 ‘공감’
미디어에서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과, 그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서툰 모습, 그리고 이를 둘러싼 태도를 배려와 기다림으로 조명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어떤 베스트 드라이버도 어느 시절에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선 초보운전자였다. 블랙박스 대중화로 이 시대 시청자는 기상천외한 ‘운전 빌런’을 목격하게 되었다. 실패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불붙은 불안과 분노는 초보운전이나 여성 운전자, 경차 운전자 같은 상대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도로에서 운전을 엉망으로 해서 질서를 어지럽히고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차량은 그런 범위에 제한되지 않는다. 초보에게도 감정과 서사가 있고 다른 영역에서는 또 매우 능숙하기도 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비록 촬영이라는 조건이 붙더라도 초보운전을 배려하고 여유를 베푸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다. 미숙함은 자연스러우며 그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새삼스럽지만 중요한 사실을 <뛰뛰빵빵>은 환기한다.
촬영 형식 또한 나름의 새로운 시도이다. <뛰뛰빵빵>은 여행 계획, 요리, 운전, 게임, 촬영까지 멤버들이 자급자족하는 3박4일간의 ‘힐링 여행기’를 표방한다.
제작진 규모가 대폭 줄어든 대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카메라 감독을 맡아 서로의 모습을 찍는다. 음식의 인서트나, 방송 분량의 균형 같은 전통적인 영상 문법은 날아가기 일쑤다. 게임 또한 제작진이 아닌 멤버 이영지가 직접 개발해서 가져온다. 업계 전문가들이 검증하지 않은 게임은 하던 도중에 재미가 없다며 중단되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누워서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우연히 찾은 화투로 갑자기 고스톱 내기를 하는 등 비정형의 포맷이 주는 어수선함과 ‘방송 각’의 경계를 오가는 아슬아슬함이 <뛰뛰빵빵>의 고유한 재미를 완성한다.
<뛰뛰빵빵>의 ‘처음’을 이야기할 때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나 PD의 ‘처음’이다. <뛰뛰빵빵> 3화에서는 멤버들이 나영석의 생일을 맞아 깜짝 카메라를 준비한다. 다투는 척하는 멤버들에게 속은 나영석은 케이크가 등장하자 눈물을 흘린다. 박스나 텐트만 던져주고 야외 취침을 시키고 한겨울에도 입수를 강행하거나 사람에게 까나리 액젓을 먹이던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여린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충격과 감동을 반반 섞어서 먹었다.
주로 남성 연예인과 일했던 나영석이 멤버들에게 항상 예쁘다거나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는 것 또한 쉽게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런 관계성은 초창기부터 ‘여고에 간 남고 선생님’ ‘말괄량이 딸들이 감당 안 되는 나버지’ 등으로 흥했고 꾸준히 잘 먹힌다. <뛰뛰빵빵> 1화에서도 ‘덱스 머리’를 한 나영석을 멤버들이 5분 넘게 놀리는 장면이 나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젊은 여성들이 주인공인 콘텐츠에 비교적 냉정한 대중이 <지락실>을 이토록 사랑하는 데는, 권위적이었던 스타 PD가 한참 어린 여성들에게 조롱당하고 때로는 모에화당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의 파이도 크다. <지락실> 영상 댓글에 멤버들만큼이나 나영석 언급이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지락실>이 젊은, 혹은 어린 여성과 중년 남성 제작자가 붙었다는 이유로 쉽게 ‘아버지-딸’의 구도를 설정하고, 자애로운 아버지(과거 남고에서는 미친개로 불렸던 선생님)가 말괄량이 딸들에게 끌려다니는 가족 프레임으로 소비하는 것에는 비판적이다. 가족 프레임 안에서는 출연자와 제작자라는 동등한 관계가 어렵고, 가부장의 권위나 애정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락실>의 에너지와 나영석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의 예능 문법에 균열을 낸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소위 ‘나영석 사단’의 예능은 공고한 남성 연대를 기반으로 나만 아니면 돼라는 해로운 정서를 보편화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뛰뛰빵빵>에서 멤버들은 나영석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계를 경험하게 하였듯, 새로운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미미나 이은지는 멤버들이 자는 동안 먼저 일어나서 설거지하고, 이영지는 연기 앞에서 눈물 콧물을 뽑으면서도 자처해서 고기를 굽고, 안유진은 초보자에게 결코 쉽지 않을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도 씩씩하다. 이 또한 여성 연예인은 마음껏 이기적이고 나쁠 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다시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서로 배려하고 챙기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예능의 가능성도 중요하다. 각자도생의 시대, 나만 아니면 돼의 세계에서 내가 좀 더 하면 돼의 세계로 이주한 느낌은 신선하고 반갑다.
로드무비는 주인공이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다루는 영화 장르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성장, 인생의 의미, 낯선 공간에서의 경험 등이 서사의 중심을 이룬다. 다양한 ‘처음’의 코너를 서툴지만 용감하게 질주하는 <뛰뛰빵빵>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