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해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재검토하면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현장 실무진 진술이 배치되는 정황을
인스타 좋아요 구매 확인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에 실종자 수색 작전 투입 전 안전을 강조했고 수중 수색이 진행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부하들의 진술은 달랐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고 채모 상병 사망사고 관계자별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의 단서가 되는 정황 판단 보고서’에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 해병대 간부의 진술과 배치됐던 세부 정황이 기재됐다. 이 보고서는 해병대 수사단 초동수사결과를 재검토하면서 작성된 중간보고서다.
보고서를 보면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3~4일 전인 지난해 7월15~16일 양일간 지휘관 회의를 주관하면서 호우피해 복구 작전의 주요 임무가 실종자 수색이라고 공지하고 안전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실종자 수색 등의 임무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면서 안전에 대한 내용도 언급이 없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고 보고서는 기술했다.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7월19일 무렵 현장의 수중 수색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진술이 엇갈렸다. 임 전 사단장은 (입수 상황을) 변사자 장례식이 끝나서야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반면 한 해병대 간부는 임 전 사단장이 당시 홍보용 사진을 사전에 보고 받았기 때문에 병력들이 입수 상태에서 수색 중이란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조사본부는 양측의 엇갈린 진술 가운데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을 사실상 배척했다. 조사본부는 7월18일 임 전 사단장이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안전 장비 준비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임 전 사단장이 수중 수색 지시를 했으며 이 지시가 채 상병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도 봤다. 임 전 사단장이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아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71대대가 실종자를 찾은 것 아니냐라며 내려가는 사람은 가슴 장화를 신어라라고 구체적인 수색 방법을 거론해 채 상병이 장화를 신고 수중 수색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과 마찬가지로 채 상병 사망사건의 책임이 수중 수색을 지시한 임 전 사단장에게도 있다고 봤다.
조사본부는 사고 당시 현장 통제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책임도 작전통제부장인 육군50사단장과 현장 부대장에게 있었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도 다르게 판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이 실종자 수색 작전과 관련해 해병1사단의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관리해야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지휘관의 안전한 수색활동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사본부는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일과 전날 임 전 사단장의 언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주의 의무 위반을 지적했다. 임 전 사단장이 7월18일 폭우로 현장 상황이 안 좋았을 무렵에도 너네 몇 중대냐, 병력들 왜 아직도 저기 있냐, 투입 안 시키고 뭐하냐며 오로지 작전 전개를 재촉했다는 것이다. 현장 지도시에는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티 입고 작업 등 복장 상태에 관한 사항을 중심으로 말했을 뿐 안전 확보 업무는 게을리했다고 봤다. 사건 당일인 7월19일 채 상병과 포3대대 장병들이 하천에서 무릎 높이까지 입수해 위험하게 수색 중인 사실을 알았음에도 훌륭하게 공보업무를 했다고만 한 것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간보고서의 이런 내용은 최종보고서에서는 빠졌다. 조사본부는 기존 판단을 엎고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고 채 상병 사망사건을 경북경찰청으로 재이첩했다.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3~4월 조사본부를 상대로 방문조사를 진행했고 중간보고서도 확보한 상태다. 공수처는 최근까지도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와 김모 전 국방부 수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들을 상대로 중간보고에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 포함해놓고도 최종보고서에 제외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