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민주화의 아버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집권 30년 만에 총선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2일(현지시간)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에 따르면 총선 개표가 99.95% 진행된 가운데 ANC는 40.17%를 득표했다. 이는 직전 2019년 총선(57.50%)보다 17%포인트 이상 떨어진 성적이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배출한 ANC는 30년간 단독 집권당 자리를 지켜왔다. 1994년 총선에서 62.7%의 득표율로 처음 집권한 이래 66.4%(1999년), 69.7%(2004년), 65.9%(2009년), 62.2%(2014년) 등 줄곧 60%를 넘겼으며, 직전 2019년 총선에서도 57.5%를 득표했다.
ANC가 처음으로 과반 득표에 실패한 가운데 제1야당인 민주동맹(DA)이 21.81%로 2위,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세운 신생 정당 움콘토 위시즈웨(MK)가 14.59%로 그 뒤를 이었다. 원내 제2야당이었던 경제자유전사(EFF)는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9.51%로 4위로 밀려났다.
ANC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연정이 불가피해졌다. 완전 정당 비례대표제인 남아공에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그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가 정해지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이날 총선 이후 첫 공식 논평에서 ANC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안정적이며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정부 구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ANC는 내부적으로 그리고 다른 정당들과 연정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의 퇴진과 관련해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그건 안 되는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ANC의 이번 참패는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다. 33%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극심한 빈부 격차, 물과 전력 부족 사태가 겹치며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또 라마포사 대통령과 사이가 나쁜 주마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린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ANC는 득표율 2, 3위를 차지한 DA, MK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정책 노선도 달라 남아공의 사상 첫 연정 구성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 개표 결과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저녁 발표되고, 결과 발표 후 14일 안에 소집되는 새 의회에서 대통령이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