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람을 죽일 작정입니까? 우리는 목이 터져라 경찰과 행정대집행을 나온 공무원들에게 외쳤다. 농성장에 있던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쇠사슬을 건 목에 직접 절단기를 들이대고 막무가내 가위와 칼로 천막을 뜯어냈다. 밀양할매라 불리던 60대의 밀양 주민들은 목에 끈을 매고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결사 항전했으나 많은 인원과 장비로 무장한 국가의 물리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모습은 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2014년 당시 나는 ‘인권침해감시단’으로 일상적인 통행 방해와 감시, 신체의 자유 침해, 공동체 파괴 등을 감시하러 밀양에 갔지만 매번 법과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는 공권력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뿐이었다. 국가폭력을 인권 규범으로 지적하는 것에 머물 뿐이었다. 그 잔인성을 사회에 증언할 뿐이어서 무력했다.
또한 우리는 밀양주민들이 맨몸으로 문명과 국가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폭력의 어둠을 밀어내는 저항자였는지를 본 목격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밀양주민들을 단순히 피해자나 전사로만 납작하게 보는 것이 아쉬워서 밀양 주민들을 만나 기록하기도 했다.
싸움을 막는 전경들에게조차 먹을 것을 건네는 온기, 새벽에 한국전력 직원들을 피해 익숙한 산길을 걸어 농성하러 산을 타는 마음, 경찰과 한전 직원과 한바탕 싸우고 난 후 힘들어도 나눠 먹을 음식을 준비하며 잔치하는 이유를 더듬어보았다. 넓고 든든한 땅 같은 모습이 화악산 자락에서 길고 긴 세월을 나며 만들어진 것임을, 그래서 물러날 수 없는 다양한 생애 맥락을 듣고 기록했다.
생각해보면 어쩌면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먼저 온 ‘미래의 저항자’였는지 모른다. 지금은 보수언론조차 기후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기후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말하고 보여줬기 때문이다. 타임슬립 드라마처럼, 밀양 투쟁은 질문으로 안내했다. 왜 그 많은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 왜 피해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와 공단이 아니라 시골이어야 하는지, 왜 평생을 농사지으며 몸뚱이로 일군 삶과 삶터가 망가져야 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밀양에 다녀왔던 사람들은 조금씩 변했다. 집을 나올 땐 전기 코드를 뽑았고, 화려하게 켜진 한밤중의 도시의 불빛을 부끄러워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로봇처럼 산 위를 점거한 송전탑을 마주할 때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떠올렸다. 고압송전탑을 만드는 핵발전소가 사람들과 마을공동체를 깨뜨리며 지구의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절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사유하게 됐으며,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정의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송전탑은 건설됐어도 내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선언했던 것처럼, 주민들은 농성장이 철거된 후에도 싸움을 끝내지 않는 것으로 보여줬다. 신고리 원전에서 만들어진 전기가 마을 위로, 주민들의 삶 위로 흐르며, 마을 사람들을 가르고 고립시켰지만, 주민들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밀양주민들은 포기할 수 없지예. 우리 싸움이 끝은 아닐 테니까라고 했던 말처럼 밀양송전탑이 핵에너지 욕망의 끝이 아니므로, 아직도 143가구는 보상 합의를 거부하고 매년 투쟁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밀양 주민들이 여전히 탈핵탈송전탑운동의 동그란 언덕으로 남아 있은 지 올해로 10년,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을 더 부흥시키려 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핵발전소 2기~4기를 추가 건설하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하겠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러면 또 고압송전탑이 만들어질 것이고, 근처 마을주민들의 삶을 망가뜨릴 것이다. 무지막지한 국가폭력이 주민들의 삶을 물어뜯고 할퀴는 소리가, 신음이 들릴 것이다.
그래서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을 앞두고 6월 8일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으로 모이기로 했다. 사람들이 밀양에 와서 고맙다고, 이어지는 싸움에 함께하겠다고 다짐과 고마움의 말을 건네면 좋겠다. 못 오는 사람들은 후원으로 마음을 건네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의 연대는 마법처럼 ’오래된 미래‘를 가져오지 않을까? 핵에 의존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바람과 태양으로 만드는 오래된 미래에너지로 당겨올 것이다. 마법처럼 10년 전 그날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주민들이 흘린 눈물이 우애와 존경의 흔적으로 메워질 것이다. 무엇보다 화악산에 있는 765kV 송전탑도 뽑히는 미래가 당겨지지 않을까? 10년 전 어둠이 밀려나던 새벽까지 손을 잡았던 것처럼 손을 잡는다면 마법 같은 일이 시작될 것이다.
이철호라는 사람을 아는 분은 드물 것이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유명 인사가 아니다. 사회에 큰 업적을 남기거나 독립운동을 한 인물도 아니다. 오늘 소개할 인물은 나무를 살린 한 사람의 이야기다. 어려서부터 동식물을 좋아했던 그는 산에 자라는 식물을 가져와 화분에 기르는 것을 즐겨했다.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흙과 식물에 대한 연구를 집중하여 ‘생명토’라는 조경용 토양을 개발하기도 했다.
1990년 이철호는 경북 안동의 임하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용계리 수몰지구 내에 은행나무 이식 공사를 맡게 되었다. 마을의 중심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할배 은행나무는 700여년 된 노거수로 높이 약 35m, 줄기 둘레 약 14m, 무게 약 600t이었으니 이식 자체가 무리였다. 더구나 나무를 뽑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라는 위치에서 위로 약 15m를 들어올리는 이식 공사로, 전무후무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 사업은 ‘나무가 고사하면 공사비 전액을 변상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그는 지성으로 고유제를 드렸다.
유세차 경오 9월19일 11시 엎드려 신께 감히 고하나이다. 이철호는 생애의 명예를 걸고 이 나무를 기어코 완전하게 이식하여 영원히 생존 활착되도록 할 것을 맹세하면서 나라로부터 이 작업을 위임받아 오늘 착공하게 되었습니다.(류희걸, <안동에 왔니껴>)
나무 주변에 철제를 보강하고 매일 조금씩 들어올리는 상식(上植) 공사는 1990년 말에 시작하여 1993년 초에 끝났다. 당시 투입된 예산이 약 27억원으로 막대한 비용이었다. 용계 은행나무 상식은 이집트 아스완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던 누비아 유적을 연상케 한다. 현재 위치인 강변 위쪽으로 이전 복원된 누비아 유적을 계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제도가 시작되었다.
스티브 잡스와 사과
제국대장공주와 작약
엘리엇과 라일락
이철호는 공사가 마무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지병이 있었던 그가 은행나무를 살리고자 가슴을 졸이며 애를 쓴 것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노심초사했을 그의 심정을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수백년 동안 그 땅을 지켜왔던 나무 한 그루를 살려내겠다는 그의 집념과 열정. 아마 은행나무도 그의 지극 정성에 탄복하지 않았을까.
이제 상식한 지 어언 30여년이 지났다. 수장될 뻔했던 노거수를 관과 민이 협심하여 살려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세가 약 80% 가까이 회복되었다 한다. 그의 염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올해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 5~49인 사업장 산재 사고사망자가 12% 감소했다. 정부는 중대재해법 영향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1분기 산재 현황 부가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38명으로 전년(128명)보다 10명(7.8%) 증가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은 78명으로 전년보다 1명(1.3%) 감소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5~49인 사업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44명으로 전년보다 6명(12.0%) 감소했다.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지난 1월27일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정부·여당은 5~49인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50인 이상은 사고사망자가 60명으로 11명(22.4%)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은 64명으로 1명 줄었고, 제조업은 31명으로 전년과 사고사망자 수가 같았다. 건설·제조업을 제외한 기타 업종은 43명으로 11명(34.4%) 늘었다.
노동부는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관련 업종의 산업활동이 증가한 것이 1분기 사고사망자가 증가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부는 기타 업종의 사고사망자 증가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안전보건 개선 역량이 부족한 일부 취약업종에 사고사망자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건물종합관리, 위생 및 유사 서비스업은 사고사망자가 9명으로 전년보다 4명 늘었다.
최태호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5~49인 사업장에서 사고사망자가 12% 감소한 것에 대해 2년 이상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은 오히려 1분기 사망자가 늘었다. 양쪽 다 사망자가 줄어야 명확하게 중대재해법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