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3일 김건희 여사 조사 방식과 관련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했다.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장 정기 주례보고 때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배석시켜 수사 경과·계획을 직접 보고받았다고 한다.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이 총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뜻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KBS 특별대담에서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별일 아니라는 투로 말했지만, 이 건은 ‘아쉽다’고 적당히 눙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디올백을 건넨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보면, 최 목사가 2022년 6월17일 샤넬 로고가 새겨진 종이가방 사진을 올리고 그냥 평범한 만남 인사라고 하자 김 여사는 월요일 두시 정도 어떠세요. 티타임이라고 했다. 그 다음주 월요일인 6월30일 김 여사를 처음 만나 샤넬 화장품과 향수 등 180만원 상당의 선물을 건넸다는 게 최 목사 주장이다. 김 여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포함한 ‘전직 미국 연방의원협회’가 방한한 다음날인 2022년 7월10일 최 목사가 메신저로 여사님이 공식적으로 접견 대통령 내외분이 함께 접견을 하면 좋겠다고 하자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김 여사가 고가의 선물을 사전에 알고 받았고,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청탁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것이다. 선물의 대가성까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
이 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했지만, 현 정부 검찰이 이 원칙을 지켰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2021년 대선 경선 때 당 관련 인사 등에게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야당 대표 부인을 기소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23억원의 이득을 취한 의혹을 받는 김 여사 조사는 수년째 뭉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디올백 수수 사건마저 서면 조사로 적당히 끝낸다면 공익의 대표자로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최악의 자해적 조치가 될 것이다.
이 총장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조속히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불러 디올백 수수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휘해야 한다. 남은 임기 3개월 안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공언을 수사 결과로 입증하는 것만이 검찰은 물론 이 총장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을 그나마 지키는 길이라는
인스타 팔로워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