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8일 오후 10년 전 밀양주민들과 함께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싸웠던 전국의 활동가 등 1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다시 밀양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에 모였다.
오는 11일은 밀양 765㎸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장을 정부가 행정대집행 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비가 많이 내린 날씨 속에서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전국 15개 지역 223개 단체 활동가들이 모였다. 경북 경주, 전남 영광, 강원 홍천 등 발전소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도 함께했다.
10년 전 행정대집행에 반대했던 김옥희씨(70·단장면) 등 밀양 마을주민들도 희망버스를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타고 달려와 준 손님들을 맞았다.
이들은 밀양 여수·고정·평밭·용회마을과 경북 청도군 삼평리 등 5개 마을의 초고압 송전탑 현장을 둘러보고, 대동제를 열었다.
희망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작성한 ‘나에게 밀양은’이라는 엽서를 주민들 앞에서 낭독하기도 했다.
이들은 밀양과 청도 송전탑 현장을 둘러본 뒤 영남루 맞은편 밀양강 둔치공원에서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0년 윤석열 핵 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응 고등학생(서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밀양에 왔는데 밀양은 저항과 투쟁을 알게 해준 첫 배움터이자 공동체였다며 이곳에 다시 오게 된 것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등 참여 단체들은 지난달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하는 핵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며 전기수급계획에는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을 전제로 대형 핵발전소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신규건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로 정부의 핵정책이 확정된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할 것이라며 에너지 생산, 수송, 소비의 전 과정에서 누구의 희생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숙 밀양마을주민대표는 밀양에선 아직도 18개 마을 143가구의 주민들이 한전의 개별보상을 거부하며 계속 싸우고 있다며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진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주민들과 참가 단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신규핵발전소 건설·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폐기, 밀양 청도 초고압 송전탑 철거,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 철회, 주민과 노동자 등 모두를 고려한 정의로운 정책 추진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한국전력공사는 2008년 국책사업 ‘765㎸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착공해 2014년 완공했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전기공급을 위한 사업이다. 울산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로 보내려고 울산·부산·경남 90.5㎞ 구간에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사업이었다. 송전탑만 밀양 69개 등 161개를 세웠다.
밀양주민들은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2005년 5월 송전선로가 마을과 논밭을 통과할 것을 알게 되면서 반대투쟁에 나섰다. 송전탑 건설 예정지에 움막을 짓고 감시하면서, 노선 변경·노선 지하화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전은 현실성이 없다며 주민 요구를 거부했다. 한전은 주민들을 와해하려고 2013년 8월 개별보상을 강행했다. 개별보상은 찬·반 주민간 갈등을 불러왔고, 마을공동체는 파괴됐다.
한전은 2014년 6월11일 공권력을 동원해 농성장을 강제철거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밀양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383명이 입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