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토닌이 활성화될수록 편도체 크기·기능 강화…동물실험서 사회서열과 높은 상관성다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높을 때 동물들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행동 보여페로몬과 연관돼 짝짓기 행동 정하는 유전인자도 주목…대체로 보수가 자녀 수 더 많아
‘모태보수, 모태진보’ 시리즈 첫번째 글에서 정치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요인 중 하나로서 편도체의 역할을 지목한 바 있다. 그 관점에서 보면,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을 회피함으로써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진화적 본능에 충실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진화란 유전자에 의해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경우에만 작동할 수 있는데, 그 연구들은 뇌 구조나 신경생리학적 특성을 조사한 것으로서 직접적으로 유전자를 살펴보지는 않았다. 이런 경우 편도체의 기능이 후천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후천적으로 획득된 형질은 다음 세대에 전해지지 않으므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인스타 좋아요 구매 이런 측면에서 편도체의 활성을 결정하는 유전 인자를 발굴한 ‘사이언스’ 논문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연구에서 주목한 유전자 5-HTT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에 분비되어 있는 세로토닌을 재흡수하여 세로토닌에 의한 신경 자극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해당 연구진이 발굴한 유전 변이는 5-HTT의 양, 그리고 세로토닌의 활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요했던 결과는, 기능성 MRI(fMRI)로 측정한 편도체의 공포 반응이 해당 변이의 종류에 따라 다른 강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후 편도체의 반응성뿐 아니라 구조적인 크기 자체도 5-HTT 유전자 변이의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도 뒤따랐다. 즉 편도체의 크기와 기능은 유전 변이의 영향을 받는데, 특히 세로토닌 활성을 높이는 변이가 편도체의 크기와 기능도 강화시킨다.
실제로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많은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세로토닌이 보수적 성향의 기저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즉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고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이론적이고 복잡한 것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을 선호하며, 질서와 권위를 중요시하고 종교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대로 피셔는 진보 성향을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로는 도파민을 지목했다. 도파민은 보상 회로를 주관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도파민의 분비가 높을 때 동물들은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행동을 보인다.
여러 동물실험 결과 세로토닌은 특히 사회적 위계질서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수컷 버벳 원숭이들은 사회적 서열에 따라 세로토닌 수치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지배 계급의 원숭이를 낮은 서열의 원숭이들에게서 분리해두면 세로토닌 농도가 금세 낮아지다 원래 있던 곳으로 복귀시키면 세로토닌도 다시 증가한다. 그리고 낮은 서열의 원숭이가 높은 계급으로 상승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여 세로토닌 수치도 높아진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사회적 서열이 세로토닌 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세로토닌이 지배적 행동을 유도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이어진 연구에서는 인위적으로 세로토닌의 양을 조절해 보았다. 즉 위에 설명한 5-HTT 유전자의 기능을 방해하여 시냅스상의 세로토닌 수치를 올리는 약물을 투여했더니 낮은 계급의 원숭이가 지배적인 행동 양상을 보였다. 이 상태에서 반대로 세로토닌의 작용을 저해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원숭이들은 더 이상 지배 행동을 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바뀐다.
사람의 경우도 세로토닌의 전구체인 트립토판을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지배적인 행동 양상이 증가한다는 것이 관찰되었고, 마카크 원숭이의 경우는 세로토닌을 분비하는 솔기핵의 크기가 사회적 서열이 높은 수컷들에서 더 크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나아가 세로토닌이 편도체의 기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사회적 서열과 관련해 편도체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네이처 인간행동’에 소개된 연구들에 의하면, 서열 게임에 임한 참가자들의 fMRI 분석 결과 사회적 서열을 학습하고 높은 서열을 획득하려는 동기가 부여되는 상황에서 편도체가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세로토닌의 활성이 높을수록 지배적이고 과시적인 행동을 보이며 이것이 사회적 서열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런 개체들은 번식과 자원획득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글 ‘유한계급이 된 호모 루덴스’에서 묘사한 바와 같이 동물과 인간의 세계에서 과시 행동과 번식 경쟁은 매우 치열하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실제로 세로토닌 유전자의 활성이 높은 것이 진화적으로
인스타 좋아요 구매 더 유리했을까? 어떠한 특성이 진화적으로 유리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불리했는지는 집단유전학의 방법들을 활용하여 추정할 수 있다. 개체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던 변이라면 자연선택에 의해 계속 인구집단 내에 퍼져 나가는데 이럴 때 우리는 양의 방향으로 선택압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불리한 변이였다면 자연선택의 압력은 음의 방향으로 작용하여 이런 변이는 점점 사라져갔을 것이다. 어떤 유전자 변이는 상황에 따라 유리할 수도 있고 불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유리한 상황에서는 해당 변이가 점점 많아지다 상황이 바뀌면 반대로 다시 줄어들기도 한다. 이런 양상을 균형 선택이라고 부르며, 균형 선택을 받는 변이는 계속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빈도를 유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교감신경을 강화하는 변이는 어떠했을까? 교감신경은 생존에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작동하므로, 교감신경의 활성이 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는 받을지언정, 위험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변이는 양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본 연재의 첫번째 글 ‘야생 침팬지와 식용 개’에서 언급했던 교감신경을 강화시키는 ADRA2C 유전자 변이는 진화과정에서 양의 선택을 받은 예다. 카이스트의 우리 연구실에서 집단유전학 방법으로 수천명의 인간 유전체를 분석하여 얻은 결과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균형 선택을 받는 변이들이 기존에 보고된 것보다 인간 유전체상에 훨씬 많다는 것도 밝힌 바 있다. 균형 선택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MHC 유전자였다. MHC는 우리 몸에 침투한 다양한 병원균의 항원들과 결합하여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MHC는 그 변이의 종류에 따라 잘 대응할 수 있는 병원균의 종류가 다르고 때마다 유행하는 병원균이 다르므로, 어느 특정 변이가 항상 우세할 수 없다. 이런 경우 병원균의 유행 상황에 따라 해당 MHC 변이들은 많아졌다 적어졌다 하면서 균형을 이루며 유지된다.
위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세로토닌 활성이 실제로 번식에서 유리했다면 세로토닌을 강화하는 변이는 집단유전학 분석에서 양의 방향의 선택압을 보여야 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실제로 신경전달물질 유전자들을 집단유전학으로 분석한 결과, 세로토닌 전달체인 5-HTT가 일관성 있게 양의 선택을 받은 대표적인 유전자로 나타났다. 즉 높은 세로토닌 활성이 진화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집단유전학으로 입증된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관찰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양상은 도파민
인스타 좋아요 구매 수용체에서 보이는 균형 선택의 흔적이었다. 세로토닌 전달체인 5-HTT의 변이가 세로토닌의 활성에 중요한 것처럼, 도파민도 그 수용체의 변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같은 양의 도파민이 있더라도 수용체가 도파민을 잘 감지하면 마치 도파민 분비가 높을 때처럼 그 활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네이처 유전학’에 출판된 2편의 논문에 따르면, 도파민 수용체 중 7R이라는 변이가 바로 그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경향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세로토닌 활성이 양의 선택을 받는 것과 달리 도파민의 활성이 균형 선택을 받는 이유는, 탐색하는 성향에는 늘 위험이 따르므로 개체의 생존에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유전학 연구들에 따르면, 7R 변이는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최근에 발생했는데,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성향의 장점과 위험성의 공존으로 인해 균형 선택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정치 성향과 유전자 변이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해보니, 실제로 도파민 수용체의 7R 변이가 있는 경우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나열한 편도체, 세로토닌, 도파민에 대한 연구들은 인간의 정치 성향을 직접적인 뇌 기능에 기반하여 설명하기에 적합하였다. 사실 어떤 연구들은 이들의 정치 성향과의 연관성을 가설로 놓고 진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치 성향과 유전자 간의 관계를 아무런 가정 없이 순수히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접근하는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에서 편도체, 세로토닌, 도파민 등 뇌 기능과 직접 연관된 것들 외에 새롭게 발견된 유전 변이들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다양한 리포칼린과 후각수용체 유전자에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리포칼린은 몸에서 배출되는 화학 신호인 페로몬 그 자체로서 작용하거나 혹은 페로몬과 결합하여 작용하며, 후각수용체는 다른 개체에서 방출된 페로몬을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글 ‘애 키우기 vs 개 키우기’에서 논한 ‘브루스 효과’, 즉 자발적 유산은 새로 등장한 알파 수컷이 분비하는 페로몬에 대한 암컷의 생리학적 반응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 실험 결과 페로몬이 짝짓기 및 그와 관련된 경쟁 행동에 있어서 매우 광범위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보고된 연구들을 보면, 생쥐들의 후각수용체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경우 동성의 쥐를 대상으로 짝짓기를 시도하거나 암컷이 원래 수컷들이 하는 구애 행위를 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하며, 수컷이 원래 보이는 경쟁 행위들, 즉 자신의 영역 표시나 다른 수컷에 대한 공격, 사회적 서열의 인지, 지배적 행동 등이 사라지게 된다. 특히 다른 수컷에 대한 공격 행동의 경우, 그 유발 인자가 바로 소변에 들어있는 리포칼린들이라는 결과가 네이처에 보고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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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다양한 짝짓기 행동을 결정하는 유전인자들이 정치적 성향과 연관이 있다면, 보수와 진보층 사이에서 실제로 번식률에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한 사람이 평생 가지게 되는 자손의 수를 측정하는 ‘생애 번식 성공률’이라는 지표는 특히 사망률이 낮은 현대인 집단에서 진화적 적합도에 대한 근사치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100개 국가의 15만2400여명, 유럽인 6만5900여명, 미국인 6200여명을 조사한 대규모의 연구에 따르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인 가정들이 진보적인 사람들에 비하여 유의하게 더 많은 자녀를 낳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현대인들의 자녀 수에는 가치관이 작용하겠지만, 두 진영 간의 이러한 극명한 차이에 위에서 발견한 유전학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써 보수와 진보의 생물학적 차이를 설명하는 3가지 열쇠, 즉 편도체-교감신경, 세로토닌-도파민, 그리고 리포칼린-후각수용체를 모두 살펴보았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글에서는 이 결과들을 종합하여 왜 진보와 보수가 여러 사회적 사안들에 관하여 그렇게 일관된 차이를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