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회의(우크라이나 평화회의)가 16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스위스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모든 당사자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나, 정작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압박을 위해 참여국 확대 노력을 기울였지만 많은 정상이 불참하면서 시작부터 의미가 퇴색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는 전날부터 스위스 뷔르겐슈톡 지역에서 세계 90여개 국가가 참여한 가운데 이틀 일정으로 열렸다. 회의 마지막날인 16일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참가국들은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우크라이나에서 포괄적이고 정의로우며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하는 데 영토 보전과 주권에 대한 존중이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평화회의 개최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할 것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데 대한 분명한 거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공동성명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참여와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명시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 러시아는 초청받지 못했고, 차기 회의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 대해 세상에 없는 곳으로 가는 길(road to nowhere)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앞서 일부 회의 참석 국가는 논의에 러시아가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번 회의에 대해 서양의 ‘메아리 방’(echo chamber)과 같다면서 서유럽 국가와 미국,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이 벌어지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같은 입장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만약 분쟁 상대방인 러시아가 회의장에 있었다면 이번 회의가 더 성과 지향적이었을 수 있다고 했다.
공동성명은 러시아의 전쟁을 규탄하며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러시아로 강제 이주된 우크라이나 아동들의 송환과 모든 전쟁 포로의 교환을 요구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의 통제권을 우크라이나에 다시 돌려줄 것과, 식량 안보를 무기화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다만 공동성명은 회의 참가국 만장일치로 채택되지 않았으며, 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은 성명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개회사에서 이번 회의는 전 세계 모든 지역, 모든 대륙, 그리고 지리적으로 크고 작은 다양한 국가를 대표한다며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회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세계를 위한 정의로운 평화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그것을 지속적인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 함께 정해야 한다며 그러면 (그것이) 러시아 대표들에게 전달돼, 2차 평화회의에서는 전쟁의 끝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대처럼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에선 시진핑 (習近平) 국가주석은 물론 고위급 당국자들이 모두 불참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뒤 대선 캠페인 모금 행사를 위해 귀국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신 참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유엔 전문가인 리처드 고완은 이번 회의가 우크라이나 외교의 한계를 보여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 앞서 아시아의 싱가포르, 필리핀까지 순방하며 최대한 많은 국가의 회의 참석을 유도하려 했으나 핵심 당사국이 불참하면서 결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