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중보건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의무총감이 술과 담배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경고 문구를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 의회가 청소년들의 과도한 SNS 사용과 관련한 여러 규제책을 논의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나온 제안이라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 보건당국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의 단장이자 의무총감인 비벡 머시는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술과 담배에 쓰이는 문구처럼 SNS에도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표시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SNS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띄우도록 플랫폼 기업들에 요구할 때가 됐다면서 의회가 즉각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위기가 응급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SNS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불안과 우울증에 시달릴 위험이 2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지난해 조사 결과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SNS 사용 시간은 4.8시간에 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청소년 SNS 중독이 의회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머시 의무총감은 SNS 중독은 의지력이나 양육의 실패가 아니라 적절한 안전 조치 없는 기술을 방치한 결과라고 짚었다. SNS로 인한 정신건강 위기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 안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미 보건당국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의무총감은 ‘미국의 주치의’로 통한다. 과거 담배와 술에 경고 문구를 부착한 것도 의무총감의 권고에 다른 것이었다. 다만 의무총감의 권한만으로 경고 문구 표시를 의무화할 수는 없어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
머시 의무총감은 SNS 앱을 실행할 때마다 경고 문구를 띄우는 방안을 제안했다. 청소년 이용자와 양육자에게 SNS의 위험성을 꾸준히 상기시키자는 취지다. 현재 미국에서 이 같은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것은 술과 담배뿐인데 실제 효과가 있었다. NYT에 따르면 1965년 이후 담뱃갑에 ‘건강이 해로워질 수 있다’는 경고문이 처음 붙었을 때 미국의 성인 흡연율은 42%였는데, 2021년에는 11.5%까지 줄었다.
아울러 머시 의무총감은 SNS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해 투명성을 높이고, 청소년 정신건강과 관련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추가 조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들의 SNS 사용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다. 특히 지난 1월 상원 법사위원회가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어 청소년 이용자를 성착취물 등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질타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최근 세 번의 국정연설에서 모두 이 문제를 언급했고, 지난 5월에는 청소년 온라인 건강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고 폴리티코는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전했다.
다만 연방의회 차원의 입법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상원에서는 SNS 플랫폼이 자살, 섭식 장애, 약물 남용, 성착취 등 위험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 ‘온라인 아동안전법(KOSA)’이 발의됐지만 이런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계류된 상태다. 이에 뉴욕,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등 일부 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만들며 ‘각개전투’를 했다.
전문가들은 경고 문구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이 실제 만들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제안을 발판 삼아 다른 관련 법안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폴리티코는 파격적인 의무총감의 제안이 SNS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머시 의무총감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SNS 규제 법안을 공개 지지해 온 상원의원 두 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의무총감이 SNS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줘 기쁘다고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도 의회가 SNS 플랫폼 기업들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면서 머시 의무총감의 문제의식을 지지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의사들이 참 얄밉네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나선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병원에서 만난 이모씨(72)가 쓴웃음을 지었다.
심장초음파 검사를 위해 보은에서 택시를 타고 충북대병원에 왔다는 이씨는 이날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는 지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데 검사를 위해 8시간이나 금식하고 왔는데 휴진으로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며 내일 다시 검사를 받으러 와야 한다고 허탈해했다.
■지방 대학병원, 큰 혼란 없어…환자들 의사, 환자 볼모로 정부와 협상
이날 충북대병원 진료교수 87명 중 55% 정도인 48명이 휴진에 동참했다. 의사들은 휴진에 앞서 진료일정을 조율해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검사 또는 처방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일부 환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22개 진료과 중 대부분이 휴진하면서 병원은 한산했다. 일부 진료과는 아예 불을 꺼 놓기도 했다. 휴진안내를 미처 받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도 있었다.
이날 집단 휴진에 동참한 광주·전남지역 대학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남대병원에서는 평일 진료 교수 87명 중 약 30%인 26명이 집단 휴진에 동참했다. 조선대병원 외래 진료 교수 62명 중 38%인 24명이 이날 진료를 중단했다. 이들 병원 모두 환자들에게 변경된 진료 일정을 안내해 혼란 등은 빚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환자들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큰 불만을 나타냈다.
남모씨(60)는 뇌경색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80대 노모의 약 처방전을 받기 위해 이날 충북대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남씨는 어머니께서 혈압약과 당뇨약을 드시지 않으면 큰일 나는데 오늘 휴진으로 진료일정이 닷새 뒤로 미뤄졌다며 병원에 통사정해 어제는 혈압약, 오늘은 당뇨약을 대리 처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들이 정부와 싸우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의사들이 기본이 안 돼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휴진 참여 병·의원 공유해 불매운동
집단 휴진에 동네 병·의원도 동참했지만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동네 병·의원 996곳 중 이날 휴진을 신고한 병·의원은 23곳(2.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병·의원들은 애초 정해진 휴진 일정을 앞당기거나 오전 진료만 하는 방법으로 집단휴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전체 의료기관 1053곳 중 124곳(11.78%)이, 전남은 966곳 중 137곳(14.18%)이 휴진 신고를 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도 역시 지역 병·의원 500여곳을 상대로 휴진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전체 4.2%인 21곳이 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전국 동네 병·의 휴진 신고율은 지난 13일을 기준으로 약 4%(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 3만6371곳 중 1463곳)에 불과하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휴진에 참여한 병·의원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불매운동’ 움직임도 나온다.
33만4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세종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세종지역 동네 병·의원의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세종지역 동네 병·의원 266곳 중 휴업에 참여한 병·의원은 16곳이다. 경기 화성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색 사이트 등을 통해 집단 휴진 참여 병·의원을 검색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세종 시민 A씨는 파업에 동참하는 의사들에게 자유와 권리가 있듯이 병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휴진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이용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휴진 동참 병원과 의원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환자를 뒷전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대구 2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계의 집단휴진은 명분이 없는 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고,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반대하고 있다며 의사들은 기득권 지키기를 내려놓고 집단 휴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 정원 숫자에만 매몰돼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정부는 공공의사 양성과 복무방안 등 지역·필수·공공의료 확충 방안을 제시하고 의료계는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