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계획이라도 한 듯 사의부터 재가·퇴임식까지 2시간여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95일 만에 물러난 전임 이동관 위원장의 재판이다. 국회 탄핵이 가시화하자 위원장이 사퇴하고 후임자를 지명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이어 3개월·6개월 위원장(장관급)으로 국가기관을 파행시켜도 되는 것인가. 공영방송 장악 외엔 그 어떤 것도 국정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인가.
인스타 팔로워 구매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갈등과 대결 정치가 반복되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유체이탈’이란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공영방송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국정 일부라도 표류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이 져야 한다.
김 위원장은 퇴임식에서 불행하고 안타깝다면서 야당의 탄핵 추진을 비판했다. 탄핵 사유가 된 2인 체제 위법성에 대해선 국회 추천 상임위원 부재를 들며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그 또한 유체이탈 화법이다. 위법적인 ‘2인 체제 방통위’를 누가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 추천 위원(2명) 임명을 거부한 채 10개월 넘게 대통령 지명 몫인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만으로 방통위를 운영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그사이 방송 장악 시비를 부른 KBS 사장 임명과 YTN의 민영화를 강행했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대한 법원의 두 차례 ‘위법’ 판단도 무시하고 독단적 행정행위를 해온 책임이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있다. 탄핵 사유로는 차고 넘친다.
김 위원장 전격 사퇴는 어떻게든 정권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관철하겠다는 의도 외엔 달리 설명되지 않는다.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최장 180일까지 직무가 정지되니 8~9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가 불가능해지기 전 ‘사퇴 꼼수’를 쓴 것이다. 국가기관을 비정상적으로 사유화하고 장관급 공직자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갈등과 대결의 정치’라고 타박했다. 방통위 하나만 보더라도 법과 상식을 유린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갈등·대결의 가장 큰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고, 대화·타협·설득이라는 최고의 정치 행위를 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상대 의견을 존중하면서 대화와 합의에 기반한 합리적 시스템으로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것이 정치의 요체라는 자신의 말을 지켜야 한다.
다음 방통위원장에 누가 오든 이동관·김홍일 위원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려 할 것이고, 야당은 방송 장악에 강경 대응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탄핵 추진과 사퇴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3개월·6개월도 안 되는 역대 최단명 위원장이 나올 수도 있다. 방통위 파행도 이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 파국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무리한 방송 장악을 멈춰 방통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