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석탑리 한 마늘 건조대. 커다란 철제 기둥 사이 사이에 줄기를 노끈으로 동여맨 마늘이 가득 널려 있었다. 깨끗하게 흙을 털어낸 뿌리에서는 알싸한 마늘 냄새가 진동했다. 육쪽마늘 등으로 불리는 재래종 마늘인 한지형 마늘이다. 의성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육쪽마늘의 어원은 마늘 한 통에 6~8개의 마늘쪽이 나오는 데서 비롯됐다. 이 마늘은 항암 등의 효능이 있는 알린 성분이 중국산 수입 마늘과 비교해 7배, 외래종을 도입해 국내에서 재배되는 난지형 마늘보다 2배 가량 많다. 의성군은 이 마늘 전국 재배면적(4292㏊)의 19.6%(840㏊)를 차지해 가장 넓다. 이날 만난 장종수 의성마늘 생산자연합회 회장(69)은 마늘을 손보며 한숨 쉬었다. 한지형 마늘은 수확후 흙을 털고 크기 별로 분류해 건조대에 널어야 한다. 또 다음 농사에 쓸 씨앗을 만드는 주아재배를 해야 하는 등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장 회장은 마을에 사람이 많을 때는 서로 품앗이를 통해 바쁜 수확기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이제는 마을에 사람도 없고 일당을 주고도 일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4만9000여명이 모여 사는 의성은 대표적인 소멸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토종마늘의 최대 주산지인 의성군의 마늘 생산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일손 부족 등으로 해마다 재배면적이 줄고 있어서다. 4일 의성군에 따르면 마늘 재배면적은 지난해 1214㏊(한지형 950㏊)에서 올해는 1028㏊(한지형 840㏊)로 15.4% 줄었다. 이에 따라 생산량은 지난해 1만1801t에서 올해는 9700t으로 1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배면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다. 기존에 농사를 짓던 농장주들이 나이가 들면서 농사를 포기하거나 재배면적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의성에서 한지형 마늘을 키우는 농가는 2020년 2516곳에서 올해 1690곳으로 4년 만에 32.8% 줄었다. 재배면적도 같은 기간 1284㏊에서 840㏊로 34.5% 감소했다. 낮은 기계화율도 고령화와 맞물려 재배면적 감소를 가속화하고 있다. 기계화율이 99%에 달해 인력 수급 부담 없이 대규모 영농이 가능한 벼농사와 달리 마늘 농사는 기계화율이 30%대에 불과하다. 의성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김모씨(60대)는 땡볕에서 종일 쪼그려 앉아서 작업하다 보니 논농사로 전향하거나 상대적으로 손이 덜 드는 난지형 마늘로 전향하는 농가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폭등한 인건비도 문제다. 10년 전 5만~6만원대에 형성되던 인건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8만~9만원으로 폭등했다. 최근엔 13만원 이상은 줘야 귀한 일손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장 회장은 마늘은 수확기(6월) 2주 안에 집중적으로 수확해야 한다. 줄기가 썩지 않도록 빨리 분류해 건조대에 널어놔야 하기 때문이라며 1~3달씩 일거리가 있는 과수농가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기 쉽지만, 마늘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농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군은 내년까지 245억원을 들여 사곡면 일대에 95㏊ 규모의 한지형 마늘재배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시범단지 전역에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용수 공급체계와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영농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인공지능(AI) 카메라를 활용해 재배단지에서 수집한 대량의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도록 유무선 통신망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계화율도 대폭 높인다. 마늘 농사에 적합한 파종기와 트랙터 등을 만들어 기존 대비 노동력 83.3%, 비용은 36.5% 절감한다는 것이 의성군의 목표다. 이 사업에는 22억원을 투입된다. 의성군 관계자는 기계화율이 높아지면 농지 1000㎡ 당 노동시간이 40시간 줄고 1㏊ 당 연간 78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