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고가 또 일어났다. 지난달 24일 경기 화성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로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18명은 이주노동자다. 회사의 상시근로자는 48명으로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5인 이상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법 시행(2022년 1월27일) 이후 최대 규모의 산업재해다.
이 시점에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한 것은 일부 경제단체의 중대재해법 대응 방식이다. 법 제정(2021년 1월26일) 1년 뒤 50인 이상 사업장이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대상이 됐다. 3년의
인스타 팔로우 구매 준비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올 초부터 경제단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유예’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1월4일 경제 6단체는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유예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중대재해법 유예기간 2년 연장 후에는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법 확대 적용을 사흘 앞둔 1월23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는 유예를 마지막으로 호소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유예기간 동안 안전전문인력 확보, 위험성 평가 실시, 위험 시설·장비 교체 등 자체 예방 노력을 강화해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법이 시행되자 이번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대재해법 유예하라는 장외투쟁을 4차례나 했다. 그러나 총선 결과에 따라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유예가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경총 사망자 감소 효과는 미미
최근 중기회의 활동은 더 이해할 수 없다. 김기문 회장은 5월30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찾아가 협동조합 공동사업 활성화, 근로시간 유연화 등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중소기업 핵심 입법과제를 전했다(중기회 보도자료). 보도자료에는 중대재해법 연기 요청 표현이 없다. 그리고 6월17일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달라고 요청했고, 추 대표는 22대 국회 민생법안 패키지 1호로 중대재해법 유예안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화답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반년 가까이 경과한 지금 중기회는 1월23일 약속한 사항을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유예가 되지 않았으므로 더 가열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의 중대재해법 유예 주장 근거는 더 황당하다. 경총은 6월21일 중대재해법 개정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재유예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사망자가 중대재해법 시행 전 2021년 248명에서 2023년 244명으로 4명 감소하는 등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다. 특히 2023년 1분기 128명에서 2024년 1분기 138명으로 10명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경총 보도자료). 이 부회장이 밝힌 숫자는 사실이다. 단, 자의적 편집의 견강부회적 사실이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수’는 598명으로 전년 644명 대비 46명(7.1%) 감소했다. 2021년은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수 공식 통계가 없다.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을 계기로 통계 기준이 산업재해 사망사고 보상 ‘승인 연도 기준’에서 사망 ‘발생 연도 기준’으로 변경됐다. 또한 이 부회장이 밝힌 2023년 244명은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 수를 말한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유예를 주장하면서, 효과가 미미하다는 근거로는 ‘50인 이상’ 사업장 통계를 인용했다. 팩트는 2023년 244명은 전년 256명 대비 12명(4.7%) 줄어든 수치라는 것이다.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수는 2023년 354명으로 전년 388명 대비 34명(8.8%) 줄었다. 이 통계도 이 부회장이 인용한 노동부 보도자료의 같은 문장과 표에 나오는 내용이다.
‘5인 이상 50인 미만’ 통계서 빼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24년 1분기 수치로는 50인 기준이 아닌 전체 집계를 인용한 점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전체 사망자 수 138명은 맞다. 전년과 비교하면 건설업은 64명으로 1명 감소, 제조업은 31명으로 동일, 나머지 업종에서 43명으로 11명 증가했다.
그런데 2024년 1분기 통계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첫 분기 집계이므로 대단히 의미가 있다. 노동부는 이 부회장이 유예 주장 근거로 인용하지 않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통계도 같이 발표했다. 2024년 1분기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 수는 전년 79명에서 78명으로 1명 감소했다. 그런데 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50명에서 44명으로 6명 줄었고, 법 적용이 안 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29명에서 34명으로 5명이나 증가했다. 건설업은 36명에서 39명으로 3명 늘었는데, ‘5억원 미만’ 사업장에서만 늘어났다. 제조업은 22명에서 13명으로 9명 줄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 1명에서 3명으로 2명 증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이 21명에서 10명으로 무려 11명(52.4%) 감소했다. 나머지 업종은 21명에서 26명으로 5명 증가했는데 증가분 모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제조업의 경이로운 감소 효과는 중대재해 ‘예방’에 큰 시사점을 준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난 2023년 1분기 전체 사망자는 128명으로 전년 동기(147명) 대비 19명(12.9%) 감소했다. 이 중 제조업은 51명에서 31명으로 20명(39.2%) 감소했고, 특히 법이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은 30명에서 9명으로 무려 21명(70%)이 줄었다. 이번 아리셀 사고가 ‘제조업’에서 일어난 참사여서 ‘예방 태업’에 더 화가 난다. 중기회의 1월23일 약속이 아리셀에서는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궁금하다.
우수한 인재, 막대한 조직, 풍부한 예산을 가진 경제단체는 팩트에 근거해서 중소기업 중대재해 예방을 지도해주기 바란다. 5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해서.